아는 청년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 청년의 말에 따르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어떤 사람은 손을 벌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하늘을 향해 팔을 들거나 옆 사람과 손을 잡기도 하는데 자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궁금하다는 것이지요.
「미사경본총지침」에 따르면,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나 공동 집전자들은 다 함께 팔을 벌리고 회중과 함께 기도합니다.제237항.
사제가 팔을 벌려 기도하는 자세는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나무를 연상케 합니다. 하느님을 향해있으면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하겠습니다. 로마 근교 카타콤바 동굴 벽화에는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팔을 벌리고 기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팔을 벌린 자세는 이때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추정하기도 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내ㆍ외적 자세 모두를 의식한다면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내적으로는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마음에 새기며 바치면서, 우리가 그분을 따르는 이들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외적으로는 주례자와 공동 집전자들과 함께 하느님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신자들이 손을 합장한 채 기도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일반적인 자세지만, 팔을 벌려 기도하는 자세가 하늘을 우러르는 모습인 만큼, 주례 사제가 권하여 다 함께 팔을 벌리고 기도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지 않을까요?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동체의 일치와 주례자와 회중이 '함께'바치는 기도라는 것을 잘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팔을 벌리는 자세는 신자 개인이 바란다면 옆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지만, "전례적으로 주님의 기도 때에 손을 잡는 것이 권장사항은 아니다. 최근에 정서적인 문제나 위생적인 문제로 손을 잡는 것에 대하여 불편을 호소하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므로 일선 사목자들이 친교를 이유로 미사 때마다 손을 잡기를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정했으며, "본당의 날이나 큰 축제일에 예외적으로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