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포는 왜 쓰며, 꼭 써야 할까요?
미사보는 미사를 비롯한 교회예식에서 여성 신자들이 머리에 쓰는 수건(veil)가리킵
니다. 말 그대로 머리를 '가리는'용도의 천이지요. 이는 초대 교회에서 전해오는
관습으로, 세례성사를 통해 얻게 된 부활의 새 생명을 상징합니다.
가리는 행위는 존경을 표현해야 할 존재 앞에서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레베카는 남편이 될 이사악을 보고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고 합니다.창세24.65
결혼식에서 신부가 면사포를 쓰는 것도 아마 이런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도 많은 문화권에서는 아내 될 사람이 남편 될 사람에게 혼례예식
전에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관습이 있으니까요.
성경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모세는 하느님과 단둘이 대면할 때는 너울을
벗고 있다가 이스라엘 자손들과 만날 때는 너울로 얼굴을 가렸습니다.탈출 34,35
모세가 하느님과 이야기하는 동안 얼굴이 빛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가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얼굴이 하느님을 내비쳤던 것이지요.
이렇게 가리는 행위는 거룩한 대상이 곁에 계심을 알리며, 이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톨릭에서는 왜 여자들만 미사보를 쓰는 걸까요?
미사보를 쓰는 성경적 근거는 코린토 1서 11장에 나와 있습니다.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11,3
그래서 남자는 머리인 그리스도인 머리를 드러내 보이라고 사도 바오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반면에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11,5 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여자는 자신의 머리를 가림으
로써 여전히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존경을 표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여자들이 미사보를 쓰게 된 배경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바오로가 남자들에게 머리를 가리지 말라고 한 것은, 바오로 시대의
라삐 전통이 예배 때 머리를 가리지 말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유다인 남자도 다시 머리에 무엇인가 쓰는 것으로 봐서는 바오로 당시의 한시적
인 유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 의미는 하느님의 보호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어쩌면 바오로는 당시의 유행을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맞추어 전해줬다
고 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 시대의 유행이 그 이후 오랫동안 지켜져 왔다고 해서 오늘날
에도 여성 신자들이 미사보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 할 수는 없습니다.
현시대 세계 교회의 미사 풍경을 훑어본다면, 미사보를 쓰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