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제가 어렸을 때는 성체를 혀로 받아모셨습니다. 그래서 신부님 옆에 있던 복사들은, 혹시라도 성체가 바닥에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영성체 하는 사람의 턱 밑에 긴 손잡이가 달린 성체반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입으로 성체를 모시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위생을 생각하여 영성체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곧 손으로 성체를 받아서 각자가 직접 자기 입에 넣는 방식으로 바뀌었지요. 영성체하는 이가 손을 쓸 수 없거나 굳이 혀를 내밀어 입으로 받아 모시겠다는 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사제나 성체분배자는 신자들의 손에 성체를 놓습니다.
성체를 손으로 받아 모시는 것이 혀로 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데도, 성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곤 합니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사제가 떨어진 성체를 집어서 영하면 됩니다. 혹시 사제가 인지하지 못했다면, 성체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신 분이 사제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성체가 훼손당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사 중에 포도주를 쏟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드문 일이지만, 저는 한 연로한 신부님이 성작을 놓치는 바람에 성혈을 쏟게 되어 아주 난처해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침착하게 성작 수건으로 제대를 닦으시고, 미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럴 땐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니 성혈이 떨어진 자리를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내면 됩니다. 그리고 성작 수건은 말린 뒤 세탁을 하면 됩니다. 바로 세탁을 하면 성혈이 물에 씻겨 나가기 때문에 먼저 수건을 말리고 나서 세탁을 하는 것이 성혈을 정성껏 모시는 태도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이 완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실수를 하느님이 질책하실 리 만무합니다. 그분은 성체를 대하는 우리의 정성된 마음을 기뻐하실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