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 쓰는 기도 이야기 18 하느님께서 내게 가장 바라시는 것?

하느님께서 내게 가장 바라시는 것?

위로와 행복 주시는 사랑의 하느님

“우리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시며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 주시는 분”


삶의 고통 속에서 울고 있는 우리들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우리들을 보시고서도 ‘침묵’하시는 듯한 하느님, 때로는 그 고통을 ‘허락’하신 것 같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하느님. 하지만 사실 하느님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죠. 우리가 겪게 되는, 또는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고통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들을 그냥 내버려 두시는 분도 아니시죠. 갓난아기와도 같은 우리는 비록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품에 안고 우리와 함께 울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힘겨운 시간을 잘 참아내서 살아남기를 그 누구보다도 바라고 계시죠. 그 아기 엄마의 마음 이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반전일까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비행기의 그 엄마는 자기 아이를 위해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시다는 겁니다. 그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아파하기도 하시지만, 더 나아가서 우리를 위해서 실제로 무언가를 하시는 거죠.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하실까요?

구약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당신 백성들을 구하시려고 애쓰십니다.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해내기도 하시고, 이방 민족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힘을 주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수많은 판관들, 예언자들을 통해서 때론 달래기도 하시고 때론 야단도 치시면서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알려주고자 하시죠.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뜻을 잘 알아듣나요? 그렇지가 않죠. 때론 하느님의 뜻을 잘 알아듣고 그 말씀을 따라 행복의 길을 걷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는 그분 말씀을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그래서 때로는 잘못된 길로 엇나가서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하시죠? 하다 하다 안 되니까 결국에는 당신께서 직접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래,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겠으면 내가 너에게 가마. 내가 직접 가서 너를 구해 줄게!” 하시고서는 당신이 직접 우리에게 오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매년 성탄 때마다 기리는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는 또 어떻게 하시죠? 복음서가 전해주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베푸셔서 병을 낫게 하시고 악령에게서 구해주시고 고픈 배를 채워주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가르쳐주시고 위로해 주십니다.(마태 5-7장 참조) 그런데, 예수님의 이런 말씀을 사람들이 잘 알아듣나요? 여전히 못 알아듣죠. 그래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하십니까? “그래, 정 그렇다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너희를 구해야겠다!” 하시며 십자가 수난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죠?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셨지만, 성부 하느님께서 그를 그냥 버려두지 않으시고 죽음에서 다시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희망,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우리에게도 그 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주님 부활의 신비인 것입니다.

결국, 비행기 안의 그 엄마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삶의 고통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십니다. 인간 삶의 피할 수 없는 고통들 앞에서 힘겨워하는 당신 자녀들을 구하시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경 전체의 내용입니다. 성경의 각 권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우리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하시는지, 예전에 어떻게 하셨고 지금 어떻게 하시며 또 앞으로 어떻게 하실지를 알려주는 것 외에는 다른 무엇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경의 내용, 곧 창세기 1장 1절부터 요한묵시록 22장 21절까지의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메시지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부어주시는, 더 할 수 없이 완전한 사랑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가장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까요? 인류 전체나 교회 공동체에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형제자매님들 한 분 한 분에게 ‘가장’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까요? ‘계명을 잘 지켜라.’ ‘거룩하게 살아라.’ ‘선한 일을 하면서 의롭게 살아라.’ ‘주일 미사 좀 빠지지 말고 잘 지켜라.’ 이런 것들을 우리에게 바라실까요? 세상에 살지만 그래도 세상일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당신께만 마음 쓰기를 바라실까요?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것들을 우리에게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가장’ 바라시는 것은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 행복이 인간적이고 이기적인 행복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한 행복이라면 순간은 즐거울지 몰라도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마는, 그야말로 모래 위에 세워진 공허한 행복, 불완전한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삶에 모든 고통, 힘겨운 일들이 다 사라져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고통의 순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때문에! 하느님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고 힘을 내기를, 기쁨과 즐거움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하느님께서는 ‘가장’ 바라고 계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우리의 ‘참된 행복’입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마음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에 어려운 일, 시련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나를 보시면서 하느님께서도 함께 아파하신다는 것, 내가 그 시련을 잘 참아내기를 바라신다는 것, 나를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시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기쁘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하느님을 향해 가는 우리 신앙의 삶이 우리에게 가장 든든한 기쁨의 원천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내 마음은 기뻐하고 내 혀는 즐거워하였다. 내 육신마저 희망 속에 살리라.”(사도 2,26)


민범식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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