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 쓰는 기도 이야기 19 주일 미사의 의미

주일미사의 의미

“수고했다… 오늘 하루는 내 품에서 쉬어라”

단순히 지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주님 초대며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


계속해서 우리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고통 중에 있는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우리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었죠.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기를 하느님께서는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 행복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있으므로 얻게 되는 평화와 기쁨 속에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그분께서는 가장 바라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쁨과 행복을 우리는 ‘구원’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구원받는다는 것이 나중에 죽어서, 저 세상에 가서야 하느님을 뵙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구원이 그런 것만이라면, 신학적으로 엄밀히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어쩌면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실 필요가 없으셨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인간이 고통스럽게 살다가 죄 중에 죽었다고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원하기만 하시면 그들을 모두 구원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몸소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오셨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보이는 분으로 오셔서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고, 병을 고쳐 주시고, 우리에게 구원과 해방을 직접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고, 보이지 않는 저 하늘 위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 한 가운데에 있다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구원을,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늘 하루 살아가는 이 시간, 지금 여기서 만나고 있는 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기뻐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것이죠.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계명들을 주셨을까요? 십계명을 비롯한 여러 계명들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왜 우리더러 선하게, 의롭게, 자기 욕심 따라 살지 말고 희생하고 내어주면서 살라고 하셨을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말씀하시는 까닭은, 그렇게 살 때 비로소 우리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가 계명을 지키고 절제하며 사는 것이 하느님 당신께 득이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지키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지난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몇몇 본당에 판공성사를 도우러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성사 보러 오시는 신자분들 모습을 뵈면 마음에 감동이 일지요. 그런데, 어떤 분들의 고백을 듣노라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고해소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성사 본지 몇 달 되었습니다. 주일미사 세 번 빠졌습니다.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고해성사에 임하는 긴장과 부담 때문이리라 이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주일미사를 궐한 것만이 죄가 될까요? 단순히 신자의 의무, 지킬 계명을 지키지 않아서 죄가 되는 것일까요? 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계명을 지킨다는 것,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를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인지는 다시 한 번 물어야 할 것입니다.

혹시 이런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 예닐곱 되어 보이는 아이가 주위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고, 젊은 엄마가 밥그릇에 숟가락을 들고 그 뒤를 쫓아다니는 모습입니다.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이거 한 입 먹어보라고, 정말 맛있겠다고, 밥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아이를 어르며 애쓰는 엄마들의 모습이죠. 그런데, 그 엄마들이 왜 그렇게 자기 아이에게 밥을 먹이려고 애를 쓸까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하루 삼시 세끼 밥 먹는 것이 의무라서 그런 걸까요? 그것이 인간의 도리여서 그럴까요? 그래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밥 먹는 것이 사람의 의무여서가 아니라, 이 밥을 먹어야 그 아이가 튼튼하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밥을 먹이려고 애를 쓰는 것입니다.

주일미사 참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지켜야 할 의무라서가 아니라, 주일미사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초대이기 때문에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이죠. 한 주간을 세상에서 애쓰며 지낸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그래, 그렇게 힘들게 지내느라 애썼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나한테 와서 좀 쉬어라. 와서 내 이야기도 좀 듣고 또 내 살과 피도 받아먹고 마셔라. 그래서 다시 힘을 얻고, 기운 내서 행복하게 잘 지내라!’ 하며 우리를 불러주시는 하느님의 초대인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이고 초대인 것이죠.


예전에 신학생 때 쓰던 작은 다이어리에서 읽은 글 한 편이 있습니다. 교회 출판사에서 제작한 다이어리였는데 어느 출판사였는지, 글 쓰신 분이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인용한 글임을 말씀드리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목은 ‘주일미사의 고백’입니다.


주님,
고백하겠나이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더 놀고 가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주저앉았습니다.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이미 당신의 잔치는 마지막 상까지 물린 뒤였습니다.
다음 주일 미사에 성체도 모시지 못한 채 앉아 있으려니 창피했습니다.
주님,
부끄러워서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해주었더니,
주일 미사도 빼먹느냐고 치도곤을 치실 줄 알았는데
당신은 눈물짓고 계시더이다.
지은 죄 때문에 주눅이 들어서 쭈뼛거리고,
당신이 사랑으로 주신 생명의 양식도 영하지 못하는
못난 저를 바라보시며 안타까운 마음에 울고 계시더이다.


어떠세요?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우리에게 주시는 여러 계명들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바람이 느껴지십니까? 지금 이 순간, 다른 누가 아닌 우리 각자가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믿음에서 얻는 모든 기쁨과 평화로 채워 주시어, 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로마 15,13)


민범식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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